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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인권위시민기자]장애인 서약서를 아시나요?

작성일
2016-05-12 10:21:04
작성자
관리자

 

 

부당함에 발끈하는 경우가 있다. 유별나다고 할 지 모른다. 그럼에도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있는데, 피해를 보는 사람이 사회적 약자인 경우다.

살면서 동의서나 서약서를 쓸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그간 써 본 동의서라곤 수술 전 동의서가 전부다. ‘수술 의료 행위에 대한 당사자 및 보호자의 동의 사실을 기록한 문서’인 수술 전 동의서는 대부분 수술 시 닥칠 가능성이 있는 위급한 상황에 대한 설명이다. 말하자면, 그럼에도 수술을 받겠다는 내용에 대한 확인인 셈이다.

 

 

그림 이우일 

 

 

불행의 가능성. 이는 심리적 불안감을 조장하지만 의사는 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함을 알기에 대부분 수긍한다. 그런데 이런 환자나 보호자가 아닌 사람이 서명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비행기를 탑승하려는 사람이 단지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지난 달 12일, 모항공사 직원은 2급 시각장애인 조모(36)에게 서약서 서명을 요구했다. 가족과 함께 제주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수속을 밟는 중이었다. 조씨는 "그동안 수십 차례 비행기를 탔지만 한 번도 서약서를 쓴 적이 없고, 이틀 전 김포에서 제주로 올 때도 같은 항공사의 이용했지만 서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항공사 직원은, '몸이 불편한 승객에게 도움을 제공하기 위한 서약서'라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서약서의 내용은 '문제발생 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임을 조씨의 아내가 확인한 거다. 서약서는 시각장애인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었다. 누구라도 기분 좋을 리 없다. 조씨는 "시각장애를 이유로 서약서를 요구하는 것은 법적 근거 없이 모멸감을 주고 차별하는 행동"이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탑승객에게 서약서를 받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국적 항공사들도 생명이 위독한 환자의 탑승 시에는 서약서를 받는다. 하지만 시각장애를 이유로 서약서를 받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항공사의 장애인 차별은 이 뿐 아이었다.

2014년 5월, 지체장애 3급인 변모(21)씨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인천으로 오는 모항공사 탑승수속을 하던 중 직원으로부터 장애인 차별을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다. 평소 목발을 쓰던 변씨는 이날 공항에서 휠체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에 항공사 직원에게 서약서에 서명을 요구받았다.

'항공기를 탈 때나 그 후 건강상태가 악화돼 자사항공사에 부수적인 지출이 발생하거나 제3자에게 손해를 끼치면 그에 대해 일체의 책임을 질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내용이다. 변씨 역시 서약서를 요구받은 것은 처음이며 이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 일이 알려지자 항공사측은 "서약서는 일반적으로 승객의 건강이 우려돼도 탑승을 원할 때 작성을 요청하는 것으로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승객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이번 일은 현지 직원의 잘못된 업무절차로 인한 것으로, 향후 직원 재교육 등을 통해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상당히 불쾌했던 승객에게 하는 사과치고는 참으로 애매하다.

 

설악산 케이블카 업체 직원이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의 케이블카 탑승을 거부한 사례는 지난 12월의 일이다. 케이블카를 타려는 시각장애인이 안내 견에 대해 설명을 하고 탑승하려했지만, 업체 측은 혹시 모르는 알레르기와 개에 대한 위험성, 개를 싫어하는 분들의 거부감 등을 이유로 탑승을 거부했고, 결국 시각장애인은 탑승을 하지 못했다.

장애인복지법 제 40조에는 ‘장애인 보조견은 어디든지 입장이 가능하다.’고 명시한다. 보조 견을 거부했을 시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단속 사례는 많지 않다. 약자를 보호하기위한 법을 만들었지만 이를 어겨도 처벌하지 않는다면 장애인 차별은 끊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같은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해당기관에 과징금을 물리는 등의 부가조치가 필요하다.

 

심각하고 진지한 문제도 시작은 늘 사소하다. 부당한 일을 당해 몹시 억울하다면 더더욱 목소리를 내야 한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사회적 영향력이 크지 않다 해도 상관없다. 우리가 지닌 연대의 힘은 그 작은 소리로도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글쓴이 박은영님은 국가인권위원회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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